기록은 하고 싶지만, 긴 글은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롱텀 독서법 : 북스타그램

J (제이)
6 min readJan 5, 2021

블로그를 몇 번씩 열고 닫은 후 깨달았다.

시작하며 : 휘발되는 지식을 잡고 싶어

지난 2년 동안 63권, 1달에 평균 2.63권의 책을 읽었지만…

나는 책을 빠르게 읽는 편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지식 또한 빠르게 휘발되는 편이다. 휘발되는 지식들을 어떻게든 잡기 위해 블로그에 독후감을 쓰기도 하고, 친구들과 인증 스터디도 만들어 봤지만 매번 얼마 가지 못했다. 우선 바쁘다는 것이 가장 큰 핑계였고… 특히 블로그는 (인사이트 많은) 긴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렇게 최후의 수단(?)으로 도입한 것이 바로 북스타그램이다.

현재 운영중인 북스타그램 @jsbookcafe

북스타그램이란?

인스타그램에서 하는 북리뷰. 해시태그(#)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 북리뷰 계정들을 흔히 북스타그램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렇게 탄생한 나의 북스타그램은 다행히도 1년 넘게 잘 유지되고 있고, 책을 읽고 난 후 인상 깊은 구절을 업로드하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오늘은 나의 독서 프로세스와 함께, 기록은 하고 싶지만 긴 글은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롱텀 독서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나의 독서 프로세스

STEP 1) 가벼운 마음으로 쭉 읽는다.

개인적으로 카페나 출퇴근길 지하철처럼 생활소음이 있는 곳보다는, 완전히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환경을 선호한다. 그래서 보통 주말에 몰아서 읽는 편.

STEP 2) 좋았던 구절이 있는 페이지는 따로 표시한다.

해당 페이지를 접고, 형광펜 표시를 한다. 빌린 책이라면 인덱스 테이프를 붙인다.

사진의 책은 정혜윤 작가님의 『퇴사는 여행

STEP 3) 완독 후 표시한 부분을 다시 읽고, 맥락을 복기해본다.

내가 ‘왜 이 구절을 기억하고 싶었는지’ 생각하며 앞뒤 몇 문장과 함께 읽어본다.

STEP 4) 에버노트, 노션에 인상 깊은 문장과 책 표지를 정리한다.

에버노트는 드래프트 작성, 노션은 아카이빙 용으로 사용하는 편이다. 먼저 에버노트에 인상 깊은 문장을 쭉 적고, 오타 점검 후 노션에 표지 사진과 함께 정리한다.

노션 갤러리 뷰를 보면서 뿌듯함은 덤

STEP 5) 북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한다.

여기서 핵심은 ‘간편하게’! 기록 자체에 질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최대한 간편하고 쉬운 방식으로 기록한다. 나는 인상 깊은 구절 5~6개+책 표지 사진과 함께 출판사나 저자분을 태그한다.

인스타그램 업로드 예시. 최근에는 댓글에 한줄평을 쓰기 시작했다

STEP 6) 연말에는 노션 기록을 쭉 흝어보며, 한줄평과 함께 나만의 어워즈를 열어본다!

2019년 말, 페이스북에 좋았던 책들을 정리한 ‘내맘대로 정하는 #베스트북어워즈’를 올린 적이 있다. 이를 위해 1년 동안 읽은 책을 정리하고, 기록한 구절들을 쭉 다시 읽어보니 더욱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내맘대로 정하는 #베스트북어워즈 2019편, 2020편

기록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팁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기록하기 편한 방식을 찾기

내가 블로그를 접은 이유는 ‘제대로 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마치 엄청난 인사이트를 유려한 어휘로 써내려야 할 것 같은 그 기분이 기록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러나 기록은 결국 날 위해서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을 쓰는 것이다. 때문에 나에게 가장 편한 방식을 쓰면 된다.

영감을 얻고 싶다면? 책 제목의 해시태그를 검색해보기

다른 사람들의 감상은 똑같은 책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갖도록 도와준다. 인스타그램에서 해당 책 제목의 해시태그를 검색해보자. 좋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보통 완독 후에는 리뷰 10~15개를 읽어보는 편

어떤 책을 읽을지 모르겠다면? 각 출판사 공식 SNS 계정을 활용하기

각 출판사의 SNS는 신간 홍보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채널이다. 단순 추천사 형식의 소개글이 싫다면 ‘책끝을 접다’ 와 같이 웹툰으로 책을 소개하는 계정을 추천한다.

또한 출판사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을 방문하면 페이스북 머신러닝에 의해 광고 타겟이 될 수도 있으니, 출판사 계정을 굳이 팔로우하고 싶지 않다면 이 방법을 사용해도 좋다. (그렇게 광고로 알게 된 책들도 꽤 되는 편)

업무 지식 습득이라는 목적성 독서에서 벗어나 소설, 시, 에세이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인스타그램을 배회한 덕분이었다.

좋아하는 계정인 ‘책끝을 접다’‘안전가옥'

마무리하며 : 휘발되는 ‘내 시간’ 을 잡고 싶어

사실 나는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는 공부하느라, 대학생 때는 놀러다니느라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로 1년에 10권도 채 읽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다시 책을 읽게 된 건 취직 후, 사회 초년생의 부족한 업무 지식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2년,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없어진 만큼 책을 더 많이 읽고 있다. 학생 때보다 훨씬 한정된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쓰고 싶어서일까. 어쩌면 나의 독서 기록은 ‘내 시간’이 휘발되는 것이 아까워 시작된 것일지도…

이처럼 나의 독서에는 멋진 이유가 없지만, 오늘도 책을 읽고 기록을 한다. 그 시간이 부족한 나를 채워주기를, 그 문장이 다른 이들에게도 작은 위로나 영감이 되기를 바라며.

👩‍💻콘텐츠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스타트업 마케터. 매주 취향 큐레이션 뉴스레터 <J의 편지>를 발행합니다 :D 짧은 인사이트는 주로 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

--

--

J (제이)

콘텐츠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IT 스타트업 마케터. 부캐는 취향 큐레이션 뉴스레터 <J의 편지> 발행인입니다.